내가 멋쩍게 웃자 상황제는 혀를 차고는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떡할 거냐?”

“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황제가 되겠느냐?”

이제 건강 문제도 사라졌으니 황제가 되는 것도 무리가 없어졌다. 그렇기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황제는 활짝 웃었다.

“아, 드디어 타란토 백작의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겠군.”

“예?”

“그 집 아들이 알파란 건 알고 있지? 국혼을 논의하던 도중 네가 사라져서 흐지부지되니까 혹시라도 또 다른 놈이 널 채갈까 걱정이 됐는지 빨리 약혼부터 시키자고 매일같이 상소를 올리더구나.”

치가 떨리고 지긋지긋하다는 말투였다. 그는 내가 황제가 되면 직접 타란토 백작을 상대해야 할 거라며 킬킬 웃더니 곧 표정을 갈무리했다.

“그런데 그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체이스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상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체이스는 능력뿐만 아니라 출신 또한 위험하기에 다루기가 어려웠다.

“너의 두 번째 알파기도 하고 말이야. 알파와 오메가는 주신이 내려준 축복인데, 어떻게 그의 아들이…….”

상황제는 참 복잡해 보였다. 사실 나도 그가 흑마법과는 전혀 관계없는 생을 살길 바랐지만, 이미 배운 흑마법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었다.

상황제는 지금이라도 이 복잡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지 바로 황제의 관을 넘길 기세였지만 내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혀를 찼다.

“내일부터 실무에 들어가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어서 돌아가라고 축객령을 내리는 상황제였다. 황제 궁에서 나온 나는 황후 궁에 들렀다. 황후는 울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황후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방에 돌아온 나는 카이에른과 대화를 해보려 했지만 그는 자리를 비운 건지 보이지 않았다.

잠들기 전까지 찾아다녔지만 결국 그날은 마주치지 못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구름 위와 같은 곳에 서 있었다.

“와, 또 꿈인가.”

현대 꿈을 꾸더니 이제는 하늘나라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 저 멀리 보니 이쪽으로 오라는 듯 빛이 발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왜인지 반항심이 솟아서 가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냥 자리에 드러누웠다.

“…어?”

그러자 바닥에 있던 구름이 막 움직이더니 저절로 그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황당했지만 오지 않으면 끌고 오겠다고 하니 어쩌겠나 싶어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빛 속으로 들어가자 구름은 사라지고 거대한 신전 내부가 보였다. 그 끝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사람 한 명이 화려한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으이그, 쯧쯧.”

보자마자 혀를 페이커솔랭배팅 욱했더니 그는 더 크게 혀를 찼다.

“■■■■의 애답게 아주 방자하구나.”

무슨 이름을 들은 거 같은데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름이 황제의 이름이나 황후의 이름은 아니었기에 나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누군데요?”